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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Books

밝은 밤 / 최은영 작가 / 도서 추천 / 책속 한줄 / 좋은 글귀

by korejessica 2024.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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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2. 새비 아주머니의 몸은 조금씩 달라졌다. …… 그리고 입에 남아 있던 마지막 숨이 빠져나갔다. 증조모와 희자는 새비 아주머니의 몸을 안고서 터져나오는 울음을 그대로 내버려뒀다.

 

3. ”엄마한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딸을 용서하는 건 쉬운 일이야.”

 

4. 희자가

 

추신. 할마이의 유품을 언니에게 보내.

 

할마니는 하도 만져서 반들반들해진 책을 펼쳤다. 맨 앞 장에 뽀족한 정자로 쓰인 글이 보였다.

 

영옥이 받아라.

희령에서 잘 지내느냐. 내는 일없다. 이상하게도 재봉틀 돌리고 있으면 너가 내 곁에 붙어서 종알종알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어. 시끄러운 간나. 기게 영옥이었더랬지. 목소리가 까랑까랑해서 백 리 밖까지 들릴 것 같았다. 그 목소리로 이 책을 몇 번이고 읽어줬더랬지. 몇 번을 들어도 재미가 있었어.

 

영옥아, 내레 너를 처음 봤을 적부터 더러운 정이 들 줄 알고 있었다. 저리 가라면서 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는데도 너는 강아지마냥 내게 오더구나.

내 너를 전쟁통에 만났다. 이제 너를 언제 볼 수 있을까. 영옥아. 영옥아. 이렇게 불러본다. 건강해라. 건강해라. 영옥아 - 할마이가

 

 

5. “어떻게 살았어요, 할머니? 그런 일을 겪고 어떻데 살 수 있었어요?” 나는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언젠가 이 일이 아무것도 아닌 날이 올 거야.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럴 거야.”

 

 

여성 4대의 조건 없이 건네는 우정과 사랑으로 그려진 아름다운 이야기. 삼천이와 새비 아주머니, 영옥이와 희자, 미선이, 지연이…귀리

 

올 해 읽은 가장 아름답고 오래 기억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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